책소개
『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는 이런 책입니다!
건축·조경가이자 도시경관 기록자인 저자가 30년 넘게 내사산(內四山)과 외사산(外四山)으로 이루어진 ‘산의 도시’ 서울 곳곳을 누비며 기록한 ‘골목길’이라는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미 사라진 곳, 곧 사라질 곳을 포함해 이 책에 등장하는 오래된 서울의 모습은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이자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 산의 도시 서울에서 만난 ‘골목길’이라는 문화유산
1장 우리에게 기록이 중요한 이유
재개발지역 최초 도시 공공기록의 의미와 가치 - 아현동 ‘아현도큐먼트’
은행나무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 왕십리 뉴타운 구 상왕십리 130번지
티베트의 아추가르를 떠올리게 한 달동네 - 이주민 정착촌 난향동과 삼성동
골목길의 아름다움은 발로 느껴야 한다 - 곧 사라질 산동네 한남동
불편함 속의 편안함, 내가 그곳에 사는 이유 - 천장산 아랫동네 이문동과 석관동
평범하지 않지만, 보통의 장소 기록으로 남기를 바라며 - 전농동 588번지 청량리588
시대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집합주택 단지 - 문래동, 이화동, 청량리, 정릉의 영단주택
2장 장소, 우리 삶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곳
“바로 저기다!” 정도전의 탁월한 선택 - 북한산 보현봉을 눈앞에, 정릉3동 정릉골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서 귀하고 가치 있는 공간 - 안산, 쌍룡산, 와우산에서 이어지는 동네, 노고산동
추억을 어루만지는 영혼의 휴식 공간 - 부아악이 보이는 동네 수유1동 빨래골
옛 추억을 더듬으며 지금의 나를 만든 동네를 찾아가다 - 의도되지 않은 풍경을 만나는 곳, 북아현동
그 골목을 떠올리면 음악과 친구가 생각난다 - 강북 최고의 학군 지역이었던 사직동과 교남동
‘동’보다 ‘마을’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한양도성 밖 산동네 - 시간이 멈춘 듯한 성북동 북정마을과 길상사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거인 같은 풍경 -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 한양도성 길, 광희문과 신당동
3장 지형이나 풍경과 연결되는 골목길의 가치
골목길은 30년 전에도 이미 문화유산이었다 - 풍경이 매력적인 장소 삼선동 장수마을
공작소 골목길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를 꿈꾸다 - 장사동 기계공구상가 아트리움
기억과 흔적을 좇을 수 있는 장소로 남기를 - 내사산과 외사산이 보이는 세운상가 주변 산림동
21세기 골목길 ‘그랜드 투어’의 성지 - 이방인 마을 용산구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의 그림자가 드리운 서울의 골목길 박물관 - 낙산 서울 한양도성 바깥 마을 창신동
서울의 골목길에서는 산이 보인다 - 한양도성 성 안 마을 충신동과 이화동
글을 마무리하며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서울은 어디를 가도 골목길이 있고, 어디에서도 산이 보인다
김정호가 1820년경 한양의 모습을 그린 ‘수선전도’를 보면 한양도성과 내사산(內四山)으로 부르는 인왕산, 백악(북악산), 타락산(낙산), 목멱산(남산), 그리고 많은 물길이 매우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서울이 산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산의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기록이다.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서울 어디에서도 산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서울은 산만큼 구릉지도 많아 구불구불한 오르막·내리막길을 따라 지루하지 않게 산책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높은 빌딩이 많이 들어서 옛날처럼 탁 트인 주변 산 풍경을 즐기기는 어려워졌지만, 요즘도 서울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건물 사이사이로 서울 곳곳에 자리한 산을 만날 수 있다. ‘골목길’ 하면 낙후된 주거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골목길은 고개만 돌리면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우리 삶의 일부다. 골목길은 터의 무늬와 자연 지형이 살아 있는 공간, 두 발로 움직여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느리고 여유 있는 길이다.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울의 핵심 정체성인 ‘산’과 어수선하지만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존재해 온 오래된 서울의 골목길,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우리에게 기록이 중요한 이유
저자는 조경가로서 내가 사는 서울의 공간과 장소를 이해하기 위해 서울 답사를 시작했다. 너무 쉽게 빨리 사라지는 도시풍경을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지는 곳부터 집중적으로 답사하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그렇게 기록한 작업의 일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스무 군데의 동네를 다룬다. 그중에는 재개발로 사라진 아현동과 구 상왕십리, 티벳의 아추가르를 떠올리게 했던 난곡 달동네 난향동과 삼성동, 우리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였던 ‘청량리588’ 등 더 이상 볼 수 없는 동네도 있고,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이방인 동네’ 한남동처럼 곧 사라질 동네도 있다.
저자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름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모로코의 페즈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에 필적할 만한 ‘건축가 없는 진짜 건축 공간’, ‘살아 있는 건축생활사박물관’이라 말한다. 공간의 기능적인 연결은 물론 마을 공동체의 사람을 이어 주던 산동네 골목길들은 그냥 간단하게 불도저로 밀어 버려서는 안 되는 가치가 있는 곳이며,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서울의 역사를 보여 주는 소중한 자료가 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용도 폐기되어 사라질 위기의 건물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아 역사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삶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귀하고 가치 있는 공간인 책 속 골목길들은 부수고 다시 짓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지형이나 풍경과 연결되는 골목길의 가치
북한산 보현봉에서 궁궐의 자리와 수도를 정한 정도전의 눈으로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릉3동 정릉골, 조선시대 궁녀들의 빨래터였다는 부아악(북한산 인수봉)이 보이는 수유1동 빨래골, 축조 시기에 따라 다른 모습과 형태로 남아 있는 한양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광희문과 신당동, 한양도성길에서 장엄한 북한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삼선동 장수마을 등 서울 구석구석에는 한성백제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그뿐인가. 장사동이나 산림동처럼 시내 한복판에 철물공구상과 재료상, 철공작소가 집단으로 남아 있는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어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 안에서는 한옥부터 일본식 가옥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건물을 만날 수 있고,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다양한 모습의 골목길도 아직 걸어볼 수 있다. 사실 좁고, 구불구불하며, 급경사 길도 많은 골목길은 불편한 길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골목길들은 특별한 지형과 주변 풍광과 연결될 때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찾아갈 만한 ‘장소’가 된다. 골목길이 이어 주는 주변의 풍광과 켜켜이 쌓인 역사의 흔적, 그리고 그곳에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이 모든 것이 서울의 골목길을 특별한 장소로 만들어 준다.
내사산(낙산, 인왕산, 남산, 백악산)과 외사산(용마산, 덕양산, 관악산, 북한산)은 서울을 서울답게 만들어 주는 핵심 정체성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급속한 재개발 때문에 이미 서울의 산은 무수히 파괴되었고, 파괴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1000년 역사문화도시’ 서울이 되려면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산 풍경’을 회복하고 지키는 일이, 우리의 소중한 생활문화유산인 골목길 등 서울의 기존 도시구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하며, 앞으로 서울의 개발사업과 도시재생작업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메가시티 서울에서 즐기는 21세기 한양도성 순성놀이의 즐거움은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에서 건물 사이사이로 600년 전에도 있었던 그 산의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을 즐기며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는 일 아닐까. 이 책은 너무 익숙해서 그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서울 구석구석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