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시력을 잃어가는 작가 앤드루 릴런드의 회고록이자 ‘시각장애’라는 주제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장대한 탐구이다. 릴런드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배워가며 사랑, 가족, 예술, 기술, 정치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본다.
10대 시절 앤드루 릴런드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시력이 사라지는 이 병으로 인해 그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는 조금씩 사라진다. 아들의 졸업식과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살게 될 ‘눈먼 자들의 나라’에 과감히 발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시력 악화를 겪으며 완성한 저자의 첫 저서이며 출간 직후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멋진 여행’,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할 이야기’,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모든 것을 뒤집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장애인 글쓰기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저자의 고백은 무엇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고,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목차
들어가며: 끝의 시작
1부 가짜 절뚝임
1장 별 보기
2장 지팡이들의 연대와 갈등
3장 실명을 정의하는 자
2부 잃어버린 세계
4장 남성 응시
5장 카메라 옵스큐라
6장 바벨의 도서관
7장 창조자들
3부 구조화된 발견
8장 눈멂에 반대하다
9장 정의의 여신
10장 미묘한 미소
나가며: 엔드게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대문자 표기에 대하여
참고문헌과 그에 덧붙이는 말
이 책의 표지 설명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 2024년 퓰리처상 최종후보작
★ 배우 박정민 강력 추천
★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애틀랜틱〉,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
“나는 눈먼 자들의 나라에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작가가 쓴 인생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성찰
이 책과 함께 우리의 세계는 더욱 광대해진다
『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는 시력을 잃어가는 작가 앤드루 릴런드의 회고록이자 ‘시각장애’라는 주제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장대한 탐구이다. 릴런드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을 배워가며 사랑, 가족, 예술, 기술, 정치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본다.
10대 시절 앤드루 릴런드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는다. 느리지만 꾸준히 시력이 사라지는 이 병으로 인해 그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는 조금씩 사라진다. 아들의 졸업식과 아내의 미소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슬픔에 사로잡혀 있던 그는 아직 미지의 세계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살게 될 ‘눈먼 자들의 나라’에 과감히 발을 내딛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시력 악화를 겪으며 완성한 저자의 첫 저서이며 출간 직후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멋진 여행’,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할 이야기’,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모든 것을 뒤집는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한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장애인 글쓰기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저자의 고백은 무엇이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고, 기쁨과 슬픔을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판에서는 제목, 부제, 저자명, 역자명을 표지에 점자로 표기하였다. 아울러 원서와 마찬가지로 전자책 등 종이책과 다른 형식의 도서로 만들어질 때를 고려하여 표지 그림 설명문을 본문에 수록하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화면해설 상영회,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내레이션 재능기부, 시각장애인 오디오북 제작사업의 낭독 봉사자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던 배우 박정민이 추천사를 작성하여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책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정민은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며 가족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지팡이를 들자 모든 관계가 변했다”
‘정상’에서 벗어날 때, 일상은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 자신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고 릴런드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곤 했다. 그러나 차로 사람을 칠 뻔하고, 어제 놓아둔 컵을 찾지 못하면서 릴런드는 자신의 시각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는 수치심을 이겨내고 지팡이와 함께 외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지팡이를 짚고 걷는다는 건 개인의 용기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릴런드의 아내 릴리는 남편이 지팡이를 펼치자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릴런드가 지팡이를 짚으며 아들 오스카를 안고 가자, 사람들은 ‘저 눈먼 남자가 아기를 죽이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실명에 대한 편견, 실명이 가져다준 현실은 릴런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보호자’, ‘양육자’, ‘남편’, ‘아버지’라는 역할을 좌절시킨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릴런드는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가부장이 되고 싶은 욕망’, 그리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무능하다는 것’이라는 오래된 사회적 통념을 깨닫는다.
또한 릴런드는 신체적 능력인 시력이 ‘남성 응시’라는 사회적 개념과 떨어질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비시각장애인에서 시각장애인이 된 남성들은 여전히 여성의 의모를 궁금해하고,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과 만남을 갖고 싶어 한다. 이미지를 볼 수 없음에도 이미지로서의 여성에 여전히 집착하는 것이다. 릴런드는 시각장애인이 된 상태로 성폭력 재판을 받은 빌 코스비, 스티브 윈의 사례를 통해 시력이 사라진 다음에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남성적 시선의 문제를 지적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조건들이 사라질 때, 일상은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일상은 가족과 젠더, 장애와 무능력에 대한 통념들이 떠받치고 있다. 릴런드의 가족은 이런 통념들이 사라진 곳에서 돌봄과 사랑의 방식을 찾는다. 아내 릴리는 릴런드가 넘어지지 않게 자신의 신발을 항상 옆으로 치워두고, 편하게 음식을 찾을 수 있도록 냉장고를 정해둔 체계로 정리한다. 릴런드는 점자를 배워 예전처럼 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끄럽게 정리된 세계가 아닌 불편한 문제들이 산적한 세계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저자는 이러한 일상의 변화를 보여주며 가족, 사랑, 젠더에 대한 통념은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그 파열의 순간 더 넓은 세계와 관계를 상상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안내견과 지팡이에 의존하니까 장애인? 안경과 자동차에 의존하는 것은?”
장애와 인종, 장애와 비장애, 다양한 정체성을 넘나드는 발칙하고 유쾌한 질문들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이라는 판정을 받은 뒤에도 릴런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 지팡이가 없으면 위험한 상태임에도 ‘조금은’ 보인다는 이유로 행인들로부터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을 절대적 약자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그의 사소한 도움마저 거절하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아버지이기도 하고, 유대인이기도 하고, 작가이기도 한데 이렇게 시각장애인이라는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취급받아도 되는 것일까? 또 시각장애를 약함과 무능함의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시각장애는 현실적인 약점일까, 아니면 피부색처럼 중립적인 특성일까?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릴런드의 질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시각장애인들의 공통적인 질문이기도 했다. 일터에서의 차별 금지법 통과를 이끌었던 생명윤리학자 에이드리언 애쉬는 그 자신이 시각장애인이었음에도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동질감을 느끼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시각장애인이면서 흑인인 운동가 애닐 루이스는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하느라 흑인들이 겪는 차별을 외면했다고 고백한다.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이후 루이스는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운동이 장애인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두 정체성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미국 최대의 시각장애인 단체 ‘전국시각장애인연맹’은 시각장애의 정의에 대해 저자가 끊임없이 질문하도록 만든다. 이 단체는 시각장애가 개인의 능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차적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전국시각장애인연맹 지도자들은 또한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에 의지하는 것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생물학적 욕구와 취약성을 가진 개들은 지팡이만큼 믿을 수가 없고, 시각장애인의 진정한 자립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사회학자 로드 미칼코는 안내견과 맺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오히려 자립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배변과 휴식 욕구를 가진 안내견을 돌보고 또 의지하는 게 ‘사랑’이라는 적극적 행위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화가 에밀리 가시오 역시 자기 자신과 안내견이 혼합된 회화 작품을 그림으로써, 모든 주체는 결국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과연 완벽하게 자립적인 인간이 존재하는지, 비장애인들 역시 타인과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며 장애와 비장애, 자립과 의존의 경계를 탐색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뒤집는 어느 시각장애인의 이야기
시각장애를 인생의 종말처럼 여겼던 릴런드에게,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
점자가 탄생한 역사도 책을 읽고 쓰려 했던 시각장애인들의 열정에 기인한다. 파리 국립청소년맹학교의 학생들은 샤를 바르비에라는 인물이 만든 촉각 문자를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점자로 개량하려 노력했고, 루이 브라유라는 학생이 이에 성공하여 오늘날의 점자를 탄생시키게 된다. 새롭게 점자를 배워야 했던 비시각장애인 교사들의 큰 반발이 있었지만, 결국 점자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다.
볼 수 없는 작품을 즐기고 싶다는 시각장애인들의 욕망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이룩하기도 했다. 20세기 초에 레코드 재생 시간을 늘려 ‘말하는 책’을 만들려 했던 시각장애인 로버트 어윈은 전기 기술자들과 함께 연구에 돌입했고, 이는 LP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또한 아마존 킨들이 출시되기 15년 전인 1993년, 시각장애인 기술자들이 만든 디지털 읽기 포맷은 오늘날 전자책의 업계 표준인 이퍼브가 되었다.
결핍은 어쩔 수 없는 삶의 방해물이기도 하고, 창조성의 열쇠인 동시에, 모든 인간이 가진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시각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릴런드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찾는 힘겹지만 유쾌한 여정 속에서 이미지 없이도 상대를 욕망할 수 있다는 것을, 창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인생의 그리운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경계는 놀랍도록 넓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