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일의 고전」 시리즈 No. 1
소전문화재단 선보이는 장편소설 시리즈 첫 책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신호탄
소설과 소설 바깥,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인간 삶의 심연을 더듬어 가는 소설가
김갑용 신작 장편소설 『냉담』
「내일의 고전」 시리즈 첫 책으로 소설가 김갑용의 『냉담』이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작가를 후원하는 소전문화재단은 시대의 고전이 탄생하기를 희망하면서 소설과 소설 바깥,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인간 삶의 심연을 더듬어 가는 소설가 김갑용의 첫 장편 『냉담』으로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첫 단편집 『토성의 겨울』에서 보여 준 [소설가라는 존재]와 [소설 쓰기]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찾아가고자 하는 그의 일관된 태도는, 2022년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어그러진 괴리감과 만나면서 더욱 본격적으로 깊어지고 확장되었다.
오직 허구를 전제로 하는 [소설 쓰기]를 통과하여 세상의 진실에 가닿을 수 있다는 그의 소설관은 이번 작품 『냉담』 전체를 통해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 보편의 진실에 가 닿는 문학을 염원하는 「내일의 고전」 시리즈의 첫걸음으로서 제 궤도에 올라서는 데에 충실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냉담』은 동정심과 죄의식 그리고 감정의 표현이 쇠약해진 한 남자가 거리에서 불명의 여자를 갑작스레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외부의 변화를 그린 소설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 분투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밀도 있는 문장과 다양한 소설 기법으로 구현한다. 진실을 찾아가는 자신의 운명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알아채는 주인공의 모습은, 냉담하고 속물적인 공동체 안에서 인간 삶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보기]가 된다. 김갑용은 이 작품에서 지금까지 벼려 온 사고의 폭과 깊이를 발휘하여 자신의 소설 경력 중 현재의 순간에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쓴 뒤,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한다. 이 소설은 2022년 소전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집필되었으며, 1년 여의 후숙 과정 거쳐 320여 면에 담아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목차
1부
기시감
쇼팽의 1번 야상곡이 흐르는 도서관
그녀에 관하여
일에 관하여
꿈의 기다림
층계참에의 연루
되찾은 번화가
굴속으로
깨어남
외전_벽의 틈새
2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새로운 도서관
지하의 타령
그녀에게 이르다
셧다운
공동 격리
나와의 작별
골과 굴
드높은 방에서
숲으로
부록_ 도래한 미래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밤의 거리를 전전하는 남자와 그 앞에 나타난 불명의 여자
「자, 고백해요, 무엇이든지.」
전염병이 심화되는 시기. 남자는 거리에서 만난 그녀와 한 집에서 살게 된다. 그는 언젠가 그녀와의 여행을 위해, 마스크를 쓴 날 선 사람들 사이의 전쟁 같은 출퇴근을 견디고, 회사에서는 마스크 위에 떠오르는 동료들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견딘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사라진다. 더 이상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 남자는 되처 밤엔 거리를 배회하고, 새벽엔 직장 건물 층계참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CCTV가 추적하지 못한 사각지대 속의 남자는 역학 조사관에게 지독한 추궁을 당하고, 행방불명되어 어느새 [사라진 고리]가 된 그녀를 결국 찾지 못하고, 남자는 격리된다.
냉담하고 속물적인 공동체 안에서의 고투
[그녀]를 뒤쫓는 인간, 그것이 결국 소설가의 운명
『냉담』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작가와 소설 그리고 도서관이 가진 이미지의 일탈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이상한 쾌감을 선사한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인 남자는 그에게 끝까지 필요한 영감을 주는 [그녀]를 절대적으로 쫓는다. [1부]와 [2부] 그리고 그사이와 뒤에 붙은 두 짧은 소설 속에서까지 [그녀]를 변주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정체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켜 뒷모습만 남기고 사라지는 그녀를 끝까지 따라가게 한다.
그녀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촘촘히 구성된 세계, 즉 꿈속의 꿈, 소설 속의 소설로 중첩되고 이어진 복잡다기한 세계는 자신의 존재 의미와 진정한 진실을 찾아나서는 한 인간의 운명, 즉 남자의 육체와 영혼의 죽음 위에 포개진다.
남자는 선善과 진정성이 결여된, 어쩔 수 없이 관습적이고 속물적인 공동체를 태생적으로 견딜 수 없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제도화된 가식의 세계에서 인간은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 수많은 예식과 인사치레가 불가피한 그곳에는 본능적으로 냉담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무관심하고, 동정심을 잃어버리고, 죄의식을 회피하고, 감정을 숨겨 자신을 보호한다. 남자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진정성의 보증자가 되고자 한다.
남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끊임없이 진실을 찾으려는 [소설가]이다. 하지만 진실이 입 밖으로 새어나와 공기 중에 노출된 순간 그것은, 진실한 진실이 될 수 없다. 그때부터 가짜 진실을 감추기 위한 연기와 가면이 생성된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 진실을 담을 수 없음에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한다. 진정성에 도달하지 못하는 [공동체]에 속한 다수의 사람들이 비밀하게 느끼지만 절대 드러내지 않는 그 부끄러움을, 주인공은 그들의 몫까지 대신하여 느낀다.
결국 실패하는 진실의 추구
결국 진실의 추구가 실패할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죄의식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는 독자 앞에서 결백하고자 하고, 자신의 문학에게도 당당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소설가의 운명이다. 진정한 소설 쓰기는 결국 자신을 소각해 버림으로써 예술이 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결국 『냉담』의 작가는 남자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생존하기 위해 냉담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우리는 이 속물성을 벗어날 수 없다고, 어차피 삶의 끝은 죽음이라고 냉소하는 이 시대에 『냉담』은 이 익명의 남자를 [보기]로 보여 준다. 우리는 소설로서 이 냉담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시대의 필연적인 숙명인 냉담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냉담』 통해 던지는 작가의 질문은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