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자격이 있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대사로도 유명한 『위대한 개츠비』는 무라카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준 미국 소설의 대표작이다.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부와 사랑, 아메리카 드림이 가져온 빛과 어둠을 당대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예리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 대공황이 시작되기 전인 1920년대를 흔히 ‘재즈 시대’라 부른다. 승전이 가져온 막대한 부와 화려한 파티가 당시 유행하던 재즈 선율에 맞춰 일렁이던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이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물질적으로는 엄청난 부를 이루었으나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병들어가고 있는 미국 사회의 치부를 가감 없이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자신의 삶 역시 ‘재즈 시대’의 운명처럼 흘러갔기 때문일 것이다. 문단의 총아로 화려하게 데뷔를 하고 하루아침에 부와 명성을 쌓은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당대를 작품으로 잘 승화시켰으며, 평생 관심을 가졌던 부, 젊음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영민하게 작품에 녹여냈다. 피츠제럴드만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는 자칫 속물적이거나 시니컬하게 흐를 수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꿈과 야망을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제이 개츠비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첫사랑 데이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었음이 밝혀지는 시점부터는 이상주의자로 변모한다. 모든 것을 가졌으나 동시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개츠비는 전쟁이 가져온 인류애적 환멸과 물질적인 풍요 속에 고뇌한 로스트제너레이션의 모습을 투영한다. 우리 안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욕망과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이 언제나 양립한다. 우리 사회의 빛과 어둠이 끝없는 평행선을 이루고 있는 한, 개츠비의 꿈과 절망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개츠비』가 영원한 고전으로 추앙받는 이유이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고정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