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딸들이 당할 수도 있었어요.”
살아남은 여성들에 대한 깊은 공감, 뛰어난 구성!
세대·인종·국가를 초월한 이 소설에 주목하라!
참담한 비극을 우아하게 담아내는 여성 소설가로 미국 문단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웨트모어. 그녀는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나고 자랐다. 소설 쓰기에 전념하기 전에는 텍사스에서 거주하며 바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일했고, 사일로와 냉각탑을 칠했으며, 영어를 가르쳤고, 택시를 운전했다. 논문의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성장하면서 보아온 사회의 단면을 자신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밸런타인』에 그대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사납고 끔찍한 범죄에 휘말린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성인 여성들의 이야기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과 폭력에 익숙해진 채로 성장한 여성들이 연대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담았다. 폭력, 차별, 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이 시대와 결을 함께하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목차
1 글로리아
2 메리 로즈
3 코린
4 데브라 앤
5 지니
6 메리 로즈
7 글로리
8 수잰
9 코린
10 데브라 앤
11 메리 로즈
12 데브라 앤
13 코린
14 칼라
15 글로리
옮긴이의 말_ 모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작가
엘리자베스 웨트모어 (지은이), 허진 (옮긴이)
출판사리뷰
남성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회복력,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강인함.
여성들의 뜨거운 연대, 희망의 이야기!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데이턴 문학평 최종 후보 ·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 ★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사회 문제를 스릴 넘치게 다룬 작품!
세심한 구성, 깊은 공감이 경이롭다.”
_워싱턴포스트
시대와 함께하는 놀라운 소설로 주목받는 신인,
엘리자베스 웨트모어 데뷔작!
《밸런타인》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15세 소녀 글로리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성폭력, 차별, 인권, 여성문제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둔 대중과 힘 있는 장편 소설에 갈증을 느껴온 소설 독자들에게 주목받았고, 입소문만으로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보스톤글로브〉,〈시카고 트리뷴〉 등 영향력 높은 매체들은 이 소설을 이렇게 호평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남성 문화에서 어떻게 타협하며 살았는지를 담은 스릴 있고 사려 깊은 소설!” “페미니스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독자를 작품 안으로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작품!”
이후로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데이턴 문학평 최종 후보, 미국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미국 문단과 독자들은 엘리자베스 웨트모어를 ‘하퍼 리, 코맥 매카시, 애니 프루를 잇는 강력한 신인 작가’라고 극찬했다.
참담한 비극을 우아하게 담아내는 여성 소설가로 미국 문단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웨트모어. 그녀는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나고 자랐다. 소설 쓰기에 전념하기 전에는 텍사스에서 거주하며 바에서 다양한 일을 했다. 석유화학 공장에서 일했고, 사일로와 냉각탑을 칠했으며, 영어를 가르쳤고, 택시를 운전했다. 논문의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이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성장하면서 보아온 사회의 단면을 자신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밸런타인》에 그대로 담아냈다.
이 소설은 사납고 끔찍한 범죄에 휘말린 소녀와 그녀를 지켜보는 성인 여성들의 이야기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차별과 폭력에 익숙해진 채로 성장한 여성들이 연대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담았다. 폭력, 차별, 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이 시대와 결을 함께하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성폭력 사건 후, 자신의 이름을 새로 짓고
나아갈 곳을 스스로 결정한 소녀의 신화 같은 이야기!
1976년 2월 14일 석유와 유전, 모래와 먼지뿐인 미국 텍사스 주 오데사에도 밸런타인데이는 설레는 날이다. 15세 소녀 글로리아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주차장에서 데일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다. 언제나 이 마을을 떠나 먼 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했던 소녀 글로리아 라미레스. 그녀는 트럭 안 데일 스트릭랜드를 바라본다. 그의 트럭 라디오에서 마침 패티 스미스의 「글로리아」가 흘러나오고, 데일은 글로리아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글로리아는 빨려 들어가듯 그의 트럭에 올라탄다.
그러나 다음 날인 1976년 2월 15일 아침. 트럭 밖 땅바닥에 엎드려 숨을 죽인 글로리아 라미레즈는 데일 스트릭랜드가 깊게 잠든 것이 맞는지를 오랫동안 확인한 후, 밤 사이 흩어지고 찢어진 옷을 조용히 주워 입는다. 신발은 미처 신지 못한 채 최대한 멀리, 시선 가장 끝에 가까스로 보이는 농장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걷는다.
“이제 글로리아는 주어진 이름으로, 그녀가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누워 있던 그 긴긴 시간 동안 그가 몇 번이고 부르고 또 부르던 그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남자가 부르자 그녀의 이름은 밤공기로 날아올라 꿰뚫고 찢는 독화살이 되었다. 글로리아. 독사처럼 비열하게 비웃는 소리.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을 글로리라고 부를 것이다. 작은 차이지만 지금은 한없이 중요하다.” _본문 중에서
글로리아는 자신의 이름이 수없이 불렸던 지난밤의 일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글로리아가 아닌 글로리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혹시 그가 잠에서 깨어 등 뒤에서 자신을 총으로 쏘아 죽일까봐 두려워하면서도 뒤돌아보지 않고 멀리 보이는 농장을 향해 걸어간다. 목이 타고 발이 찔리고, 독사와 코요테가 있는 땅을 지나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데…….
사랑과 정의만 승리하는 사회는 없다
그래서 가장 파괴적이고 아름다운 기적은
스스로 딛고 일어설 때 시작된다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정유 공장, 나날이 떨어지는 소 값, 오일 붐을 타고 밀려드는 사람들로 어수선한 오데사에서 어느 날 불법체류자의 딸이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글로리아를 최초로 목격하고 데일 스트릭랜드에게 위협받은 적 있는 메리 로즈는 글로리아를 위해 증언하기로 한다. 그러자 그녀에게 왜 “저쪽 편”을 드냐며 협박 전화가 밤낮으로 걸려온다. 메리의 남편은 그깟 멕시코 아이 때문에 자기 아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며 화를 낸다. 메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작은 여자아이가 보이지 않는지, 반으로 쪼갰다가 이어붙인 것처럼 만신창이가 된 몸이 보이지 않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래도 되니까. 메리 로즈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떳떳하고자 온갖 협박을 무릅쓰고 증언에 나선다. 그러나 가해자는 단순 폭행으로 집행유예를 받는다. 법정에 여자라고는 증인인 메리 로즈와 서기뿐인 사회. 피고인의 변호사와 친분 있는 판사는 글로리의 고통스런 이야기가 귀찮다. 다급하게 끝난 재판은 데일을 안심시키고, 또 다시 범행을 시도하게 만든다.
글로리아는 가해자가 수없이 부르며 더럽힌 자신의 이름을 글로리로 바꾸고, 맨발로 기나긴 사막을 가로질러 도움을 요청한 것처럼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재판이 끝나고 글로리가 오데사를 떠날 채비를 마쳤을 때, 그녀는 가해자가 죗값을 받았느냐고 삼촌에게 묻는다. 삼촌은 그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고 거짓말한다.
글로리는 삼촌과 국경을 향해 가던 중 그날 자신의 몸에 생긴 흉터를 보며 자신의 서사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쓰러지지 않으려 뾰족한 철조망을 부여잡았던 아이, 그리고 맨발로 사막을 건너 스스로 목숨을 구한 아이.”
작가는 오데사의 바람과 사막을 그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독자들에게까지 생생하게 전하며 작품을 마친다. 건조하고 뜨거운 오데사의 풍경을 담은 작가의 쓸쓸한 문체는 역설적으로 흐릿하게 반짝이는 희망을 전한다.
1976년 텍사스주 오데사의 일곱 여성,
어쩌면 세상 모든 여성의 이야기
《밸런타인》은 성폭력 사건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만 담고 있지는 않다. 1970년대 중반 미국 남성 중심 사회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지금도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을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15장으로 구성해 담아냈다. 이 소설은 챕터마다 화자를 다르게 한다. 각 캐릭터의 목소리와 불특정 다수의 대사를 섞었고, 1인칭, 2인칭, 3인칭 시점을 모두 활용해 긴장감을 주며 독자를 작품 안으로 끌어당긴다.
글로리 사건 후, 오데사의 여자들은 사회의 관습을 순순히 따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처럼 여성들은 스스로 가시를 키우고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돕는다. 코린은 젊은 시절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집에서 살림을 하는 문화에 반기를 들고 교사로서 학교에 복귀했다. 칼라의 동료들은 겉으로는 칼라를 귀찮아하지만 은근히 그녀를 감싸준다. 글로리가 모텔에서 만난 티나는 그녀가 자발적으로 트럭에 탄 것은 아무 상관없다고, 나쁜 것은 그 남자라고 분명히 말해준다.
작품 속 여성들은 차별받는 다양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소수자가 겪는 어둠과 공포의 깊이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들이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모습들은 독자에게 더욱 큰 울림을 준다.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마침내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