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결국 내가 나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렇죠?”
착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소년과 나쁜 아이를 위한 자리가 없는 세계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신작 장편소설
2022년 청소년 소설 《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자리매김한 단요의 장편소설 《목소리의 증명》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고 그만큼 지구와 인류의 수명이 줄어드는 지금으로부터 두어 발짝 나아간 미래, 기술을 통제함으로써 인간의 욕망까지 제한하려 하는 세계에 세 개의 자아를 가진 소년이 있다. 시종일관 비아냥거리거나 악행을 부추기는 목소리들과 싸워 모범생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소년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세계와 자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일이다. 착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이 세상에서, 소년은 자신이 살아 있어도 괜찮은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까?
목차
서序
1부
2부
종終
작가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결국 내가 나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렇죠?”
착한 아이로 태어나지 못한 소년과 나쁜 아이를 위한 자리가 없는 세계
차가운 상상력으로 세계라는 테두리를 벗어난 인물들을 조명한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신작 장편소설
2022년 청소년 소설 《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자리매김한 단요의 장편소설 《목소리의 증명》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고 그만큼 지구와 인류의 수명이 줄어드는 지금으로부터 두어 발짝 나아간 미래, 기술을 통제함으로써 인간의 욕망까지 제한하려 하는 세계에 세 개의 자아를 가진 소년이 있다. 시종일관 비아냥거리거나 악행을 부추기는 목소리들과 싸워 모범생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소년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세계와 자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일이다.
기술의 범위가 엄격하게 제약되는 가상 세계를 통해 단요는 “솔깃하다 못해 소중한 단어”인 자유가 가진 모순을 지적한다. 왜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을 감옥에 감금하는 것은 괜찮고, 사적으로 누군가를 감금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겨질까?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누가, 어떻게 구분하는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았겠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을까?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게만 들리는 목소리가 속삭인다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부모님은 살아 있으며
나는 사실 문명재건청이 삽입한 인공지능이라고
욕망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이 다시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냈던 시대가 저물고, 세계는 ‘문명재건청’의 통제 아래 놓인다. 문명재건청은 다양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맞춰 기술을 제한하는 사회 실험을 통해 가장 적합한 문명의 형태를 찾고자 한다.
21세기 기술 발전 수준과 가장 가까운 거주구에 사는 열일곱 소년 ‘태서’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들이 있다. 냉소적이지만 미움받기 싫어하는 ‘1호’, 제멋대로에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면서도 남다른 번뜩임을 가진 ‘2호’. 두 목소리는 예의 바르고 체제 순응적인 태서를 ‘3호’라 부른다. 어른들은 교통사고를 겪은 태서가 트라우마 증세로 환청을 듣는 것이라고 하지만, 태서는 그런 진단이 목소리들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다.
사사건건 사고를 일으키는 1호와 2호를 달래 일상생활을 유지해온 태서에게 두 목소리는 3호가 문명재건청이 문제아인 태서를 감시하려고 집어넣은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 역시 친부모가 아니며, 그 교통사고는 3호를 설치하고자 꾸며낸 연극일 뿐이라는 주장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태서는 목소리들과 내기한다. 부모님이 정말 살아 있는지 확인해보자며 찾아간 어릴 적 거주구. 승부가 나기 직전, 어디선가 나타난 요원들이 태서를 끌고 문명재건청으로 향하는데…….
세상에 걸맞은, 필요한, 적절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한
소년에게는 ‘나답게’ 살 자유가 없는가?
개인은 자신이 태어날 사회를 결정할 수 없다. “원시인들이 자동차도 냉장고도 운동화도 없는 세계를” 스스로 선택했을 리 없듯, 인간은 세계에 일방적으로 내던져지고, “환경과 조건 들은 타인에 의해 미리 규정”된다. 《목소리의 증명》은 문명재건청이라는 신에 비견하는 조직이 벌이는 거대한 사회 실험을 배경으로, 개인과 사회 사이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계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전자잉크 태블릿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 지문 인식은커녕 열쇠만 사용하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가 개인의 운에 따라 결정되는 세계라면, 자유란 제한된 반경 안에 선택지 몇 가지가 주어지는 일일 뿐일 것이다.
역사상 그 어떤 시대도 모든 개인의 욕망과 자유를 충족시킬 수 없었으며, 문명재건청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최선의 사회”에서조차 태서는 자유롭게 살 수 없다. 악의 한 점 없이 누군가를 때리거나 해치고, 건물에 불을 지르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가득한 사회는 태서에게도 “상상하기 싫”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성원의 호오와 관계없이, “종류와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은 언제나 생겨나게 되어 있”다.
《목소리의 증명》 속 2호는 극단적으로 그려진 악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거나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명제에 슬그머니 반감이 들고, 때때로 “내가 나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느껴지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완벽한 세계에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단요는 이러한 낙오된 존재들, 결코 변명할 수 없는 나쁨을 가진 이들을 “성적은 뒤처져 있을지라도 성격적으로는 강점이 있”다는 식으로 간편하게 회피하지 않고 “나쁨 자체를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상상”함으로써, “타인을 받아들이고 세계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타인의 의지와 결심을 믿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이루어낸 단요만의 ‘안온하고 다정한’ 세계에서라면 누구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 단요가 건네는 차가운 위로이자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