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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샤르자 어린이 독서 축제 일러스트 대상 수상작
세계인이 주목하는 시각적 내러티브, 안경미 작가 신작
외면과 내면을 넘나들며 마주하는 다양한 ‘나’
가면의 밤을 벗고 오롯한 나의 세계로 나아가다
보름밤에만 가면을 피우는 버섯이 있대.
너도 갖고 싶은 얼굴이 있니?
그날도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피리 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지요. 아이가 겨우 눈을 떠 보니, 갓 쓴 사람이 홀연히 피리를 불고 있었습니다. 기묘한 차림이 오싹해 얼른 지나치려 했지만, 그가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거기 너,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알쏭달쏭한 물음에 아이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그는 보름달이 뜨는 밤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하곤 스르르 사라져 버렸습니다. 갓 쓴 사람의 말은 아이의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세 번째 보름달이 뜨는 밤, 아이는 결국 그를 찾아 숲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보름밤에만 가면을 피우는 버섯이 있었습니다. 수천수만 개의 버섯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었지요. 머리끝이 쭈뼛했지만, 어쩐지 자꾸 눈이 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걸 써 봐. 새 얼굴을 갖게 될 거야.” 갓 쓴 사람의 말에 가면들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는 망설임 끝에 자신의 얼굴을 벗고, 새 얼굴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아이는 어떤 가면이 필요했을까요? 갖고 싶은 얼굴을 쓴 아이는 평안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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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외면과 내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오롯한 ‘나’를 찾아가는 아이의 깊은 성장담
아이가 처음 쓴 가면은 누가 봐도 반듯한 모범생 가면이었습니다. 공부, 운동, 발표, 청소까지, 무엇이든 빈틈 없이 해냈지요. 친구들과 선생님의 칭찬은 달콤했지만, 아이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들킬 것 같아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다시 보름밤이 되자 이번에는 가장 사나워 보이는 가면을 골랐습니다. 엄마든 아빠든 누가 뭐라도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은 다 내뱉고 내키는 대로 행동했지요. 아이는 누구보다 강하고 자유로웠지만, 사람들은 점점 아이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외톨이가 되자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얼굴을 찾아 다시 숲으로 달려갔습니다.
라틴어로 ‘가면’은 ‘페르소나’(persona)입니다. 칼 구스타프 융이 심리학 분야에 이 단어를 등장시키면서 페르소나의 심리학적 개념이 처음 시작되었지요. ‘페르소나’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으로 정립해 가는 개인적 자아와 달리 외부의 요구에 맞춰 형성되는 사회적 자아를 말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가족, 친구, 문화와 같은 사회 집단이 원하는 역할을 추구하며 저마다 자신의 페르소나를 형성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도 완벽한 페르소나, 강력한 페르소나, 사랑받는 페르소나처럼 다양한 가면을 쓰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외면의 ‘나’에만 집중하다 보니 내면의 ‘나’는 점점 흐릿해져 갑니다. 아이는 투명 가면을 쓰고서야 자신의 진짜 얼굴을 잃어버리고 만 것을 깨닫게 되지요.
《가면의 밤》은 외면과 내면을 넘나들며 다양한 ‘나’를 마주하며,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의 깊은 성장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긴긴 가면의 밤을 지나 새벽 별빛 아래에서 본 아이의 얼굴은 지금까지 쓴 가면들과 아직 쓰지 않은 가면들이 뒤섞인 묘한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얼굴이었지요. 나의 페르소나를 마주하고, 고유한 나를 알아가며, 외면과 내면의 균형을 이루어 나갈 때 진정한 나다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침 거리로 나온 아이는 한층 단단해진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롯한 ‘나’를 찾아가는 저마다의 깊은 시간에 이 책이 새벽빛처럼 드리우길 바랍니다.
흑연의 음영으로 쌓아 올린 서걱거리면서도 따뜻한 세계
세계인이 주목하는 시각적 내러티브, 안경미 작가
《가면의 밤》은 독보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선보이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아 온 안경미 작가의 신작입니다. 샤르자 어린이 독서 축제 일러스트 대상을 수상하며 출간 전부터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한국 괴물 백과》(곽재식, 워크룸프레스, 2018)에 실린 ‘가면소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가면소수’의 생김새는 버섯이 핀 모양과 비슷한데, 갓 부분이 나무로 만든 가면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딱 한 번 버섯이 피워낸 가면을 쓸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가면을 쓸까?’ 한 줄의 물음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외면과 내면의 분명하지만 흐릿한 경계에 서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나’라는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깊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연필선을 휘젓다 보면 서걱거리는 순간들이 소복이 쌓여 뭉글해지는 것처럼, 작가는 특유의 인장과 같은 흑연의 음영으로 깊고 어둑한 시간을 따뜻하게 자아냅니다. 밝은 빛을 보면서도 그늘에 머물고 싶은 순간을 헤아리는 작가의 섬세한 마음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에 가 닿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