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혜사랑 시인선 『멸치, 고래를 꿈꾸다』(박용숙 외)는 애지문학회 회원들의 열여덟 번째 사화집 ―『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 『유리족의 하루』, 『버려진다는 것』, 『어떤 비행飛行』, 『도레미파, 파, 파』, 『굴뚝꽃』, 『문어文魚』, 『마당에 호랑이가 산다』, 『북극 항로』에 이어서― 이 된다.
목차
『멸치, 고래를 꿈꾸다』를 펴내면서5
1부
김 형 식 | 검지가 없다 외 1편 12
이 원 형 | 그러니까 맨드라미 외 1편 16
정 동 재 | 마음과 영혼 사이 외 1편 19
김 선 옥 | 먼지 외 1편 23
손 경 선 | 머랭 외 1편 27
임 덕 기 | 획일성에 대하여 외 1편 30
김 늘 | 운다 외 1편 32
이 희 은 | 커튼 외 1편 34
백 홍 수 | 동악산에 오르다 외 1편 36
김 길 중 | 꾹꾹 누른다 외 1편 39
최 윤 경 | 詩라는 적산온도 외 1편 42
2부
김 명 이 | 비화옥 외 1편 48
김 행 석 | 다시, 봄 외 1편 51
박 설 하 | 월산리, 당신 외 1편 53
박 성 진 | 안마 일지 외 1편 57
김 소 형 | 중얼중얼 외 1편 61
최 병 근 | 그릇 외 1편 65
조 숙 진 | 노인과 조카 외 1편 68
이 국 형 | 장흥 엄니 외 1편 72
유 계 자 | 등꽃 목욕탕 외 1편 75
김 재 언 | 리마스터링 외 1편 77
박 용 숙 | 멸치, 고래를 꿈꾸다 외 1편 80
3부
김 은 정 | 독서하는 소녀 외 1편 84
김 혁 분 | 커다란 양파 외 1편 89
이 병 연 | 바위를 낚다 외 1편 93
박 정 란 | 유효기간 외 1편 96
김 은 | 무수천 물뉘 외 1편 99
탁 경 자 | 어초장 외 1편 103
최 명 률 | 혼자 외 1편 105
현 상 연 | 채석강 외 1편 111
강 익 수 | 논두렁 외 1편 113
백 승 자 | 시대時代라 하는 외 1편 115
김 평 엽 | 강철의 힘으로 너를 새긴다 외 1편 119
백 지 | 벚꽃 튀밥 외 1편 121
4부
허 이 서 | 죄의 문장 외 1편 126
이 용 우 | 봄날 외 1편 129
남 상 진 | 다국적 세탁기 외 1편 132
사 공 경 현 | 숙제 외 1편 136
김 도 우 | 쓰러지고 나뒹굴고 환해지고 외 1편 140
조 순 희 | 질메다리 외 1편 143
정 해 영 | 내가 나를 친구하다 외 1편 147
이 미 순 | 등받이 외 1편 151
현 순 애 | 곶감을 꿈꾸다 외 1편 154
이 선 희 | 타조의 지식백과 157
박 영 화 | 선 긋기 외 1편 159
조 성 례 | 부글부글 아지랑이 외 1편 161
권 혁 재 | 입산 외 1편 외 1편 165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고래가 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에는 널려있다지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오늘도 홈쇼핑 최저가 핸드폰 결제
그래도, 태평양 가슴에 품으니
이까짓 편의점 아르바이트 서너 개쯤이야
하루 세끼 삼각김밥도 견딜 수 있어
바다 한가운데 은빛으로 빛나는 내 모습
날치 꽁치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아
노는 물도 당연 다르지
옥션의 경매 정보나 쿠팡의 쿠폰도 팡팡 쌓이고
광고판도 뼈대 있는 내 이름 석 자로 빛나고 있지
이제는 겪을 일 없는 풍파
신의 가호란 말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 이놈 똥 뺄 것도 없겠네
달랑 소주 한 병으로 나를 깨운 거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저 아줌마는 모를 거야
내가 어떤 세상 꿈꾸는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술고래 말고
푸른 물결 헤쳐나가는 대왕고래
가슴에 산다는 걸
정말, 고래가 될 수 있을까?
― 박용숙, 「멸치, 고래를 꿈꾸다」 전문
박용숙 시인의 「멸치, 고래를 꿈꾸다」는 우리 젊은이들의 ‘풍요 속의 빈곤’을 노래한 시이며, 도저히 불가능한 희망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가상의 공간,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메타버스”에는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것들이 널려 있고, 언제, 어느 때나 “홈쇼핑”을 통해 “핸드폰으로 결제”하고 구입할 수가 있다. 멸치는 우리 젊은이들이고 취업준비생들이며, “그래도, 태평양을 가슴에 품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일을 하면서 꿈을 잃지 않는다. 넓고 넓은 태평양의 고래를 꿈꾸며, “하루 세 끼 삼각김밥”으로 견디며, “바다 한가운데 은빛으로 빛나는 내 모습”을 잃지 않는다. 날치와 꽁치들, 즉, 소위 수많은 손님들과 부자들의 갑질에도 기죽지 않고, “옥션의 경매 정보나 쿠팡의 쿠폰도 팡팡” 쌓아놓으며, “이제는 겪을 일 없는 풍파”와 “신의 가호란 말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으며 참고 견딘다.
하지만, 그러나 수많은 손님들과 부자들의 눈에는 “이놈 똥 뺄 것도 없겠네”라는 시구에서처럼 “멸치”의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달랑 소주 한 병으로 나를 깨운”다. 제아무리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저 아줌마는 모를 거야”라고 태평양의 고래를 꿈꾸고 있을지라도 멸치는 먹이사슬의 최하 천민이지, “푸른 물결 헤쳐나가는 대왕고래”가 될 수가 없다. “정말, 고래가 될 수 있을까?” 아아, 우리 젊은이들이여, 아아, 우리 흙수저들이여! 이 세상에는 신도 없고 천국도 없고, 오직 사악하고, 또 사악한 부자들(주인들)뿐이 없단다. 이 세상에서 꿈꾸는 것은 자유이지만, 편의점의 멸치란 오직 소주 한 잔의 안주거리로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