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4
슬픔과 아픔, 그리고 몸부림

그림자 춤8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간 종이비행기26
그림자 춤·2

강은 거기 있었다44
그림자 춤·3

한 번도 못 가본 나라63
그림자 춤·4

무채색 낙화81
그림자 춤·5

빈 배99
그림자 춤·6

작은 흙더미119
그림자 춤·7

금수회의록139
그림자 춤·8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다리158
그림자 춤·9

산, 나무, 새176
그림자 춤·10

창과 방패196
그림자 춤·11

착각과 망각 사이214
그림자 춤·12

해설233
영혼의 치유를 위해 환생한 우리 시대 구보의 세태 담론_윤정헌(문학평론가·경일대 교수)

슬픔과 아픔, 그리고 몸부림

눈앞의 매화 가지를 걷어내어야 멀리 노을 진 서녘 하늘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내 나이 이미 낼모레가 산수. 이 나이에 조용히, 평화롭게 살다 가고 싶은 마음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직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 화려한 꽃들의 빛깔과 향기에 취해있는 탓인지, 노을 진 서녘 하늘은 보이지를 않는다.

텔레비전, 신문, SNS 등 갖가지 매체를 통해서 밀려오는 소식들은 이 시골 늙은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놓아두지를 않는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어느 구석 시끄럽지 않은 곳이 없으니 어지러워 자세를 가다듬을 수가 없고, 그 어지러움은 슬픔이 되고, 그 슬픔은 다시 아픔으로 변해간다. 진실의 빛을 막아서는 거짓의 장막, 민의를 왜곡하는 요설의 난무. 진실이 신발 끈을 채 매기도 전에 거짓은 벌써 천 리를 달려간다는 이날 이 땅에서 어지럽고, 슬프고, 아픈 세월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몸부림을 치게 될 것이다.

‘연작소설’이란 이름으로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는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나의 몸부림이다. 세상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정한 원칙을 지키지는 못해서 때로는 이렇게, 또 어느 때는 저렇게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치 얘기가 좀 많아서 국리민복, 국태민안을 위해 애쓰는 분들에게는 조금 미안하다. 특정한 사람들을 폄훼할 뜻은 없었다는 점도 미리 얘기해 두고 싶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진실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민초들의 소박한 소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세월, 부족함이 많은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부어주신 고마운 분들께 이 작은 한 권의 책을 바친다. 그리고 힘든 일 많은 상황 속에서 귀한 작품 평을 써주신 문학평론가 윤정헌 교수님께 감사한다. 내 거친 작품에 윤기를 더해 줄 뿐 아니라 읽는 이들에게는 이해의 지남이 될 것이다.

지난번에 내 장편소설 『바람의 둥지』를 펴내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는데, 이번에 다시 어려운 일을 흔쾌히 맡아 주신 청어출판사 이영철 대표님과 일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24년 1월,
언 땅 속에서 풀꽃들이 새 꽃맹아리를 준비하는 밤에
남천강변 골방에서 윤중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