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탁승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칠 골목길 사이에 피어난 들꽃들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 나무가 떨어트리는 낙엽들... 나그네에겐 들꽃도 낙엽도 가슴속에 고이고이 묻어두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고, 그리움입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한 경험을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표현하고, 사진으로 담아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합니다.
목차
프롤로그 _5
골목길 _14
여름날 _16
오늘 이시간... _18
바람의 향기 _21
닮은 모습 _24
아픈 마음... _27
물결 _30
밤그림자 _35
기다림 _38
가을 길목 _41
추석 명절 _43
안부 전화 _46
흔들리는 마음 _49
계절의 문턱 _52
산 그늘 _54
함께하는 하루 _56
기억이 머문곳 _58
단풍잎 _63
가을길 _65
가을밤 _69
억새풀 _71
소중한 삶 _74
낙엽은... _78
저무는 가을 _80
추억의 길목 _82
낙엽, 길을묻다 _85
가을 빗소리 _88
계절 여행 _91
마지막 잎새 _94
또 다른 하루 _97
겨울 향기 _101
시골 풍경 _104
먼 산 _107
시골 추억 _110
눈꽃 _113
그리움이 노을속으로... _116
그대 나에겐... _120
그러나 그들은... _122
강추위... _124
겨울꽃 _128
세월의 강 _130
봄 햇살 _134
여정 _136
돌이켜 보면 _139
터미널 향기 _142
꽃망울 _145
봄소식 _148
사랑이라는... _150
꽃망울 _154
봄꽃 _158
개화 _162
시간의 미학 _164
들풀 향기 _167
봄빛 _170
덧없는 시간 _173
봄 이야기 _176
소생하는 하루 _179
숲, 그리고... 이야기 _181
멈추면 보이는곳 _184
애기똥풀꽃 _187
저무는 하루 _190
붉은 장미꽃 _193
솔꽃 _195
아차산 휴게소 _198
장미꽃 숨소리 _201
유월의 하루 _204
산울림 _206
초여름 _208
6월의 바람소리 _212
어둠 젖은 밤 _214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프롤로그
나의 조력자, 나의 편, 나의 시인, 나의 아버지에게
스물한 살의 어느날,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던 그 어느날, 목표도 상실하고 무기력만이 감쌌던 당시의 나는 휴학을 결심했 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조차 그려지지 않아 일단 쉬어보며 인생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나의 이십 대 초반은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전부를 대입을 위해 쏟아부었던 나는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으나, 목표를 달성한 기쁨은 아주 잠깐 동안이었을 뿐, 공 허함과 허탈함만이 나를 가득 채웠습니다. 망망대해 속에서 표 류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버텨보겠다 는 생각 대신 일단 모든 것을 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도 휴학이라는 결심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돌아보고 싶어요. 쉬고 싶 다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지금 당장은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요. 내 꿈이 뭔지, 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찾고 싶어요. 당장 한 학기가 될지 두 학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사실을 전하면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한심하 게 바라보실까, 많이 실망하실까, 아니면 불같이 화를 내실까, 나를 설득하실까.
나와 언니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버지는 다정했지만, 혼이 나야 할 상황에서는 매우 엄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이런 방황이 아버지에게 큰 실망으로 다가올까 걱정스러 웠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예측과는 정반대로, 나를 놀라게 한,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에게 위안이 되는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아빠는 꼭 너만 한 이십 대 초반이었을 무렵, 작가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때는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 그리고 나이 가 들면서는 가정을 지켜 나가야 했기에 내 꿈을 실현하지 못 했지. 하지만 난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단다. 언젠가는 작가가 되어 책을 펴낼 거야. 꿈이 있다는 건 참 중요한 거야. 꿈이 있 다는 것은 내가 희망을 갖게 해주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 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해주거든. 하지만 꿈이 없 다는 건 불행한 거야.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을 얻지 못 하게 돼. 그러니 우리 딸도 시간을 천천히 가지며 너만의 꿈이 생기게 되면 좋겠구나. 그로 인해 네 꿈을 갖고 네 인생을 잘 그려나가 보았으면 좋겠단다.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
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겁니다. 나의 아이가 선택지가 많은 곳에서 그저 땡깡을 부리기만 하는지, 아니면 정말 큰 벽을 만 나 좌절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버지는 대번에 알아채셨던 것 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아신다는 듯, 아버지는 본인 의 이야기를 꺼내시며 나를 위로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 버지는 언제나 우리의 편이었습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숱한 좌 절을 겪으며 그 고통을 이겨낼 때, 언제나 아버지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너희 곁엔 아빠가 있잖아”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 습니다. 그 말은 줄곧 우리 자매에게 큰 힘이 되어 다시 일어 날 용기가 되곤 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꿈을 잊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 는 글을 쓰고, 그 글들을 켜켜이 쌓아 올려, 오늘날 벌써 네 번 째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내 아버지의 꿈은 단발성으로 끝나 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아버지의 힘이 다 하 는 날까지 아버지는 당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글로 그려나가시겠죠. 먼 과거에 아버지가 제게 말해주신 ‘아 직은 이루지 못했던 꿈’이, ‘계속해서 이루어 나가고 있는 꿈’ 이 되었음이 가장 기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어, 지금의 책의 머리말을 쓰게 되어 영광스럽습 니다.
아버지의 글에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상념들, 아스라져가는 기억들, 흘러가는 일상들이 따스히 그려져 있습니다. 그 속에 는 슬픈듯하지만 포근한 그리움의 감정,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감정, 자연에 대한 애정 등이 묻어 나옵니다. 언제나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았기 때문이겠죠. 아버지 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머금은 미소가 지어지 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듯, 언 제나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며, 따스히 감싸주었습니 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 가족, 그리고 나의 편이었습니다. 나 의 어린 시절부터 우리 가족의 옆에서 손전등을 비추고 나아 가야 할 길을 묵묵히 알려주는 등대와도 같았습니다. 이런 아 버지의 모습은 글에도 녹아있어, 혹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무언가를 놓치거나 갈 길을 잃어 방황하는 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함께 길을 걸어가겠노라 말해주는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버지의 영원한 독자,
둘째 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