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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다 (마스크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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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상품코드
9788970754420
제조사
문학세계사
출시일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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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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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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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원적 자아 찾기의 의지와 꿈꾸기
생성과 소멸 넘어선 부활의 변증법
.
시력詩歷 반세기에 가까운 중진 시인 이태수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가 올해 초에 낸 시집 「담박하게 정갈하게」에 이어 발간됐다, 시인은 대상들을 의식의 자력으로 끌어들여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사유하고 통각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실존현실초월’이라는 세 원형질을 한결 깊고 원숙하게 돋우어내고 있다.
특히 ‘길’을 모티프로 한 고적한 방랑자 의식과 자기동일성 회복에의 간절한 염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존재의 비상 꿈...더보기근원적 자아 찾기의 의지와 꿈꾸기
생성과 소멸 넘어선 부활의 변증법
.
시력詩歷 반세기에 가까운 중진 시인 이태수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가 올해 초에 낸 시집 「담박하게 정갈하게」에 이어 발간됐다, 시인은 대상들을 의식의 자력으로 끌어들여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사유하고 통각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실존현실초월’이라는 세 원형질을 한결 깊고 원숙하게 돋우어내고 있다.
특히 ‘길’을 모티프로 한 고적한 방랑자 의식과 자기동일성 회복에의 간절한 염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존재의 비상 꿈꾸기 등 더욱 웅숭깊은 시세계를 구축해 보이는 실존적 비망록이자 생철학으로 읽히게 한다. 그의 시에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길’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삶에 대한 허무와 외로움, 낯선 시간 의식 등을 그윽한 서정적 울림들과 다채로운 빛깔로 떠올린다.
멀리도 온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 같다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다
반세기에다 스물다섯 해
구부러지고 이지러진 길
돌아보면 그런 무명 길을
속절없이 떠돌고 헤매온 것일까
미망의 꿈결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간다
다시 돌아온 봄날
아지랑이 저 너머로 가보려고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간다
거기가 거기라고 알아도 간다
꽃이 피고 이내 지고
흐리다 개다가 다시 흐려지는
이 풍진세상 길을
나는 덧없이 오늘도 간다
-「덧없이」 전문
`
시인이 돌아보는 지난날들은 무상감을 대동하며 “길이 거꾸로 다가오다 거두어지”(「고독과 더불어」)는 존재의 부조리한 처지에도 직면해 있다. 기실 그가 걸어온 길은 고난과 역경의 여정이다. 이 뒤틀린 운명의 부조리에 대해 시인은 “돌아보면 그런 무명 길을/속절없이 떠돌고 헤매온 것일까/미망의 꿈결 같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시인은 길 위에 그냥 피투된 존재로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과 그 의지를 완강하게 끌어안는다. 주체적 시간성을 깨어 있는 현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추구한다. 자신 앞에 주어진 길이 “이 풍진세상”의 먼지투성이 길이지만, 미지의 새로운 ‘저 너머’의 세계를 동경하고 갈망하며, 언제나 깨어 있으려는 강인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한다.
시인이 꿈꾸는 미지의 세계는 주체의 결핍을 채워 줄 듯한 환상을 자아내는 욕망의 환유를 떠올려 보게도 한다. 그 꿈은 아무리 애써도 기표가 기의를 완전히 취하거나 소유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일는지 모르지만, 결코 이 초월에의 꿈꾸기를 접지 앓는다.
만나면 헤어지고 오면 가야 하는
이 세상의 구부러진 길
허망한 꿈과 꿈 사이의 꿈길 같다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꿈과 길항하는 날이 밝아온다
간밤의 꿈을 끌어당겨 봐도 부질없다
떠나간 꿈은 돌아오지 않지만
다시 꿈꾸며 걸어간다
또 허방에 이를지라도 가야 한다
왔다가 가서 오지 않는
꿈과 꿈 사이의 꿈길을 떠돈다
-「머나먼 꿈길」 전문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구부러진 길”을 지향적 대상으로 사유하면서 부단히 고단한 현실을 초월하기 위한 꿈을 꾼다. 그 꿈은 “꿈결에 처음 만난 천사/아득한 하늘나라로 돌아갔겠지만/그 찰나가 왜 이리 마음 아리게 하는지”(「홀로 가듯 말 듯」)에서 보듯 존재의 이상태를 갈망하는 무의식적 시그널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꿈과 길항하는 날”이 오고 그때마다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려고 버티고 대항한다. 시인에게 꿈은 이토록 간절하게 즉자적 존재로서의 인과율이 아니라 대자적 존재로서의 자유와 해방감으로 자리매김한다. 특히 그의 시에는 상처받은 현실적 자아가 근원적 자아를 불러내어 그 아픔을 치유하려는 행위가 두드러져 있다.
솔바람 소리로 마음 단정하게 빗고
맑게 흘러가는 물에 발을 담근다
이럴 때는 내가 나를 부른다
소나무가 허리 굽혀 들여다보고
그 위의 구름 몇몇도 내려다본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따라가 보고
구름이 떠가면 구름을 따라간다
이럴 땐 나 홀로가 제격이다
아프고 삭막한 날들 불러 모아
마음이 가는 곳으로 풀어 놓는다
내가 부르면 가다가 되돌아오고
와서 다시 저만큼 떠나가지만
내가 내 속으로 잦아들어야
떠돌던 내가 돌아와 머무른다
물소리, 새소리도 환하게 빛난다
-「나를 부르다」 전문
시인은 세파에 시달리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안식을 되찾는다. 의식이 흘러가는 ‘물’과 ‘소나무’, ‘구름’을 지향할 때 그 대상들은 시인의 내면에서 안정을 회복시켜 주는 존재들로 전환된다. “이럴 때는 내가 나를 부른다”며 무의식 깊숙이 잠재된 근원적 자아를 불러낸다. 이 부름은 오직 “나 홀로가 제격”이라는 구절에서처럼 신 앞의 단독자로서 행하는 실존 의식에서 비롯된다.
본연의 자아에 대한 내적 부름을 통해 시인은 새로운 삶의 조건을 경험하기도 한다. 동시에 내적 응시와 부름은 “내가 내 속으로 잦아들어야/떠돌던 내가 돌아와 머무른다”고 말하고 있듯이, 자기동일성 회복을 위한 간절한 몸짓으로 거듭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그의 시에서 더욱 내밀한 자아 성찰의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을 향한 문에 빗장을 지른다
안으로 향한 문을 찾아 열기 위해
오로지 안으로 아래로 내려가려 한다
입을 닫은 채 귀를 열고 눈을 뜨면서
마음을 붙잡고 고요를 들으려 한다
조신하게 안을 향한 문을 열면서
고요 속에 들어 좌정하고 싶어진다
하염없이 가라앉아 나와 마주 앉아서
밖과 안의 나와 내가 하나 되려 한다
바깥을 향한 문에 빗장을 지른 채
안을 향한 문만 열어놓으려 한다
-「좌정坐定」 전문
시인은 외부 세계와 차단한 채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응시하며 그곳으로 침잠하며 세상을 향한 문을 잠그고 ‘안으로 향한 문’을 열고자 한다. 그 빗장의 바깥에는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무명의 자아가 자리잡고 있지만, 내면으로 향하는 문은 존재의 새로운 열림을 기대하게 해 준다. 자아의 참된 본질을 찾기 위한 모색과 탐구는 거듭된다. “입을 닫은 채 귀를 열고 눈을 뜨면서/마음을 붙잡고 고요를 들으려”고 혼신의 힘을 쏟는다.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근원적 자아의 부름, 혹은 영혼의 소리를 그는 절대 고독과 고요 속에서 “귀를 열고” 들으려고도 한다. ‘나’의 자기 균열 또는 ‘나’의 고통스런 이화 상태를 초극해 “하염없이 가라앉아 나와 마주 앉아서//밖과 안의 나와 내가 하나 되려”는 꿈에 불을 지핀다.
현실적 자아와 근원적 자아와의 행복한 합일, 이는 곧 자기동일성 회복을 위한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다. 세상의 분진과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 안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으려는 염원은 깨어 있는 현존재로서의 모습으로 감명 깊게 다가온다. 한편, 자아의 내면 응시와 하강적 구조를 통한 존재 성찰은 자아의 원심력과 상승적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눈을 감고 내가 내 속으로 든다
광대무변의 우주도 더불어 들어온다
이 찰나는 영원과 한 몸이다
눈을 뜨니 나는 작은 점이다
영원을 지나치는 작디작은 티끌이다
그래도 우주는 나를 품어안는다
-「점 또는 티끌」 전문
시인은 의식의 구심력을 통해 근원적 자아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하강하기도 하지만, 그 내면 깊이 “광대무변의 우주도 더불어 들어”오는 걸 느낀다. 광막한 우주를 자아의 원심력으로 끌어들여 본연의 ‘나’와 일치시키려는 시인의 내공은 놀랍다. 이 일체감을 통해 시인은 “찰나는 영원과 한 몸”이라는 시간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다. 이런 우주론적 통시력은 “찰나와 영원이 한 몸이 된/이 우주의 작디작은 풀잎 하나”(「풀잎 하나로」), “이 비의에 감싸인 우주”(「단비 맞으며」) 등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순간과 영원, ‘나’와 우주가 서로 일체를 이룬다는 이 사유를 통해 시인은 ‘나’라는 “작은 점”과 “영원”이 서로 회통하면서 불이不二의 몸을 이룬다는 것을 통각하기에 이른다.
현실적 자아와 근원적 자아, “나를 품어안는” 우주가 서로 융합해 한 몸을 이루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심폐 공간을 마음껏 깊고 넓게 확장하거나 펼쳐낸다. 상처와 아픔, 낯섦과 외로움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에서도 부단한 의식의 지향성과 내적 성찰을 통해 자기동일성을 회복하려는 염원은 그가 보여 주는 자신만의 심원한 생철학이다.
그의 시에서는 이 자연이 중요한 시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화나무, 얼음꽃, 이슬방울, 물방울, 숲, 새, 푸른 별, 저녁 눈……’ 등 다양한 자연 심상을 매개로 한 그의 시는 새로운 생명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들이다. 또한 자연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거나 자연과의 융화와 상응으로 현실의 고통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마을을 벗어난 산골의 구부러진 길
구름 그림자 따라 지향 없이 걷는다
하산하듯 내려오는 솔바람 소리,
지그재그로 나는 멧새들 소리,
돌부리를 스치는 계곡물 소리도 맑다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산길로 접어드니
산문으로 돌아가는 노스님이
주장자 앞세우고 산모롱이를 돌아간다
마을과 점점 멀어질수록 마음 놓인다
간밤의 악몽 때문만 아닌데도
왜 자꾸 사람들이 무서워지는지
가까웠던 사람들이 왜 더 그런 건지
내 탓으로 돌려보니 마음 편해진다
정처 없이, 지향 없이 얼마나 걸었을까
암자가 가까이 보이는 산중엔
솔바람에 간간이 실려 오는 독경 소리
-「산중에 깃들다」 전문
의식이 “구름, 솔, 멧새, 계곡물, 산길” 등으로 지향되자 이 자연물들은 어둠 속에서 잠 깨어 시인에게 새로운 의미의 지향적 상관물로 자리매김한다. “하산하듯 내려오는 솔바람 소리,/지그재그로 나는 멧새들 소리,/돌부리를 스치는 계곡물 소리”가 단순한 자연의 울림들이 아니라 세인들로부터 상처받은 시인의 마음을 위무해 주고 신산한 현실을 초월하게 해 주는 청량한 원형질로 환원된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자연물들은 각각 하나의 명사가 아니라 ‘정황을 내포한 사건’으로 인식된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맥으로 관통되면서 유기체적 삶을 통찰함으로써 개별적 자연물들은 고착화된 하나의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존재의 열림’을 가능케 하는 사건처럼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자연의 생명력은 그의 시에서 융화와 내밀한 상응으로 변주된다.
①버드나무가 내를 내려다보듯이
나도 흐르는 물을 들여다본다
버드나무가 하늘을 바라보듯이
나도 아득한 하늘을 우러른다
하늘이 버드나무를 품어 주듯이
하늘이 나도 안아 주고 있을까
버드나무가 내를 받들고 있듯이
나도 흐르는 물을 받들고 있다
-「버드내에서」 부분
②연꽃 피기를 기다리는 연못에
거꾸로 선 불탑과 구름 한 자락
구름을 붙드는 배롱나무는
물구나무선 채 이따금 몸을 흔들고
잉어들이 줄을 지어 탑돌이를 한다
내가 수면에 비친 나를 들여다보고
수면의 나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하늘은 그윽이 내려다본다
-「법당 연못」 부분
①의 인용 시에서는 ‘버드나무’, ‘내(냇물)’, ‘하늘’과 시인의 의식이 지향 관계를 이루면서 자연과 융화되는 모습이 인상 깊게 그려져 있다. ‘나’라는 시적 화자를 중심으로 이 세 자연물들은 서정적 삼각 구조를 이루면서 서로 하나로 융합된다. 이 삼각의 유기적 틀 속에서 시인은 자연과의 일체감에 다가선다. 특히 하강과 상승 작용을 통해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품어 주”는 혼융일체의 정서에 이른다.
이 어우러짐은 “배꽃들과 난분분 흩날리고 싶다”(「배꽃 지는 밤」), “산골짜기 물소리도 따라온 것일까/눈을 감으면 귓전에 환한 이 소리 (「산골 물소리 2」)에서, 또한 아름다운 순우리말의 울림을 미묘하게 살린(그의 적지 않은 시편들이 이런 시도에 주어지기도 함) “윤슬이 가슴께로 이랑져 온다”(「윤슬」) 등에서도 지속된다.
자연과의 이 융화는 ②의 시에서는 자기 응시와 내밀한 상응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한 법당의 연못가에서 다양한 자연물들에 의식의 빛을 투사하면서 존재 성찰을 드러내 보인다. 그의 의식 속에 “불탑, 구름, 배롱나무, 잉어……”가 투영될 때 그것들은 ‘나’와 친화 관계를 이루면서 내면화되고 있다.
배롱나무가 “몸을 흔들”거나 “잉어들이 줄을 지어 탑돌이”를 하는데도 산중의 절집은 동중정의 고요가 감싸고 있다. 이 적정의 분위기 속에서 시인은 “내가 수면에 비친 나를 들여다보고/수면의 나는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분위기에 젖기도 한다.
고요한 나르시시즘, 현실적 자아와 근원적 자아의 이 내밀한 상응은 시인의 잃어버린 자아의 정체성을 되찾게 해 준다. 이처럼 시인은 자연을 매개로 해 상처의 치유와 삶의 위안, 물심일여의 정서와 자기동일성을 반추하면서 싱그러운 풀빛에 물든 생의 불망기를 기록한다.
이번 시집에는 죽음 혹은 소멸의 시편들도 다수 들어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난 이 죽음 의식은 「현대판 곡비哭婢」처럼 직접적인 장면을 통해 사실적 관점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자목련 지다」와 같이 ‘꽃의 조락’과 결부된 비유적 형상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그의 애도 반응이 비탄으로만 귀결되지 않고 소멸과 생성, 삶과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죽음 또는 소멸에 대한 이 같은 사유는 그의 시의 무게중심을 더욱 의미심장하게 떠받쳐 주고 있으며, 참살이의 행복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소중한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한 지인의 죽음과 관련된 시인의 마음에서도 그 깨우침은 그윽한 여운을 거느리며 다가온다.
그와 영영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며칠 전 유난히 환하던 얼굴이
차창에 어른거린다
병마로 한동안 고전하긴 해도
그 그늘에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좋아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저께 돌연 세상을 뜨고
오늘 흙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승과 저승은 지척간이지 않은가
한 치 앞도 모르고 사는 것이
세상길인 줄 알고 있지만
그와 이별은 어처구니없을 뿐
며칠 전의 언약이 자꾸만 떠올라
허공에 뜬 구름을 올려다본다
그가 일깨워 주듯이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고
언제 뒤집힐지도 모르지 않은가
-「만남과 이별」 전문
시인은 ‘그’라는 한 지인의 죽음을 통해 사별의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 지인은 “병마로 한동안 고전”했지만 며칠 전만 해도 병의 그늘에서 해방되었다고 “유난히 환하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죽음을 맞이하게 돼 시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특히 시인의 눈빛이 지향되는 ‘차창’은 하나의 스크린이 되어 떠나간 지인의 모습을 “눈에 선하”게 계속 떠올린다.
여기서 시인은 하나의 소중한 진리를 깨닫는다. 그것은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 같고/언제 뒤집힐지도 모르지 않은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인은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인생의 길목에서도 빛을 꿈꾸며 봄을 예찬한다.
햇살이 막 피어나는 봄꽃들에게
아름답다고 따스한 찬사를 보낸다
그대가 나를 있게 해 주고 있다고
봄꽃들이 온몸으로 화답을 한다
봄꽃들이 햇살에게
햇살이 봄꽃들에게
겨우내 함께 새봄을 기다렸다고
인동의 길을 새기며 서로 다독인다
은밀하게 말 없는 말을 주고받는다
저들의 찬사도 화답도 포근하다
-「찬사와 화답」 전문
시인이 응시하는 이 ‘햇살’과 ‘봄꽃’은 서로 “아름답다고 따스한 찬사”를 보내거나 “그대가 나를 있게 해 주고 있다고” 화답한다. 겨우내 죽음의 손아귀에 갇혀 있던 이 자연물들은 “함께 새봄을 기다렸다고/인동의 길을 새기며 서로 다독”여 준다. 시인은 서로 포근히 나누는 찬사와 화답이 존재의 생기를 북돋아 주며 “인동의 길” 뒤에 자연의 아름다운 축복이 있음을 간파한다.
시인은 ‘숲, 꽃, 물, 풀잎……’ 등의 자연 심상을 통해 삶과 존재를 성찰하는 전략을 빈번하게 구사한다. 특히 정적인 식물 심상만이 아니라 “멀리 바라보며 비상하는 새들을 따라/닫혀있었던 마음을 풀어놓는다”(「옥빛 속으로」)에서 보듯 동적인 심상을 통해서도 존재의 비상과 새로운 생성을 꿈꾼다. 그러므로 소멸과 생성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변증법적으로 융합되고 지양돼 부활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벚꽃들이 우수수 지고 있다
벚나무 아래 서서 꽃비를 맞다가
같은 꽃비인데도 왜 지난해처럼
슬프기보다 그 반대 느낌이 드는지
지는 벚꽃들이 왜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해 본다
오늘이 부활절이기 때문일까
벚나무 바로 옆 산딸나무에도
연초록빛 잎들이 돋아날 듯 생기가 돈다
그저께 세상을 두고 간 그 사람은
저승 가서 부활했다고 꽃비가
속삭이는 것 같아 귀 기울인다
꽃비가 내 가슴에도 내린다
-「꽃비」 전문
시인은 “벚꽃들이 우수수 지고 있”는 곳에서 ‘꽃비’를 맞는다. 그런데 그 꽃비를 맞는 시인의 인식이 ‘지난해’와 달라져 있다. 이에 대해 시인은 지난해와 동일한 꽃비인데도 “슬프기보다 그 반대 느낌이 드는지//지는 벚꽃들이 왜 더 아름다워 보이는지” 생각해 본다.
부활의 빛은 소멸과 생성의 변증법적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부활의 의미를 시인은 결코 종교적 도그마로만 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활의 의미를 싱그러운 자연 심상으로 묘사한다. 시인은 “그저께 세상을 두고 간 그 사람”이 ‘꽃비’가 내리는 것에 비유함으로써 서정시 본래의 미학적 전략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결국 생성과 소멸은 부활의 지고한 지평에서 모두 유기체처럼 일체화되어 찬연한 ‘꽃’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죽은 자의 부활은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시인의 현재적 삶 속에서 생생하게 체험되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진엽은 해설 끝부분에서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깊고 그윽한 사유와 관조적 인식으로 성찰해 보이는 이 시집은 서정시의 정념을 뛰어넘어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흔들리는 실존과 생의 불꽃이 명멸하는 이 지점에서 시인은 삶의 다양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본연의 존재 가능성을 부단히 추구하고 열어나간다. 세계와 길 위에 노정된 고단한 시간과도 부딪치면서 지속적으로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는 또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되찾으려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고 평가했다.닫기

목차


그가 나를 부르지만_12/ 덧없이_14/자책_16/ 머나먼 꿈길_18/ 홀로 가듯 말 듯_19/ 고독과 더불어_20/ 고요_21/ 칩거하다가_22/ 새장 안의 새_24/ 옥빛 속으로_25/ 풀잎 하나로_26/ 점 또는 티끌_27/ 아침 전갈_28/ 좌정坐定_29/ 저물녘_30/ 내 안의 그대_31/ 말 없는 말_32/ 나를 부르다_33/ 트라우마_34

산중에 깃들다_38/ 산골 물소리 1_40/ 산골 물소리 2_42/ 법당 연못_43/ 은해사 솔숲_44/ 오어사에서_46/ 마지막 날이듯_47/ 일장춘몽一場春夢_48/ 단비 맞으며_50/ 만남과 이별_52/ 어떤 전별餞別_54/ 여우비처럼_56/ 현대판 곡비哭婢_57/ 세상일_58/ 아쉬움_59/ 고백_60/ 되돌아보다_61/ 가을밤_62/ 고탑古塔 앞에서_63

새봄을 기다리며_66/ 눈새기꽃_67/ 노루귀꽃_68/ 수선화_69/ 찬사와 화답_70/ 찰나_71/ 자목련 지다_72/ 꽃비_74/ 옛 생각_75/ 바이올렛꽃-또는 배우 강수연_76/ 봄 뜨락_77/ 배꽃 지는 밤_78/ 어느 봄밤_79/ 채송화를 보며_80/ 금은화_81/ 때죽나무 아래서_82/ 등나무 그늘_84/ 좀작살나무꽃_85/ 구절초_86

나릿물_90/ 윤슬_92/ 그루잠_93/ 다솜_94/ 슬아_96/ 뼘어 보다_97/ 해맞이_98/ 부활_99/ 버드내에서_100/ 조약돌 하나_102/ 묵뫼_103/ 빗방울 전주곡_104/ 기러기 행차_106/ 거듭나기_107/ 독도_108/ 울릉도 향나무_109/ 봄마을_110/ 봄비_111
|해설|이진엽_삶의 흔들림과 자아 찾기의 꿈_113

작가

이태수 (지은이)

출판사리뷰


근원적 자아 찾기의 의지와 꿈꾸기 생성과 소멸 넘어선 부활의 변증법. 시력詩歷 반세기에 가까운 중진 시인 이태수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가 올해 초에 낸 시집 「담박하게 정갈하게」에 이어 발간됐다, 시인은 대상들을 의식의 자력으로 끌어들여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사유하고 통각하면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실존현실초월’이라는 세 원형질을 한결 깊고 원숙하게 돋우어내고 있다. 특히 ‘길’을 모티프로 한 고적한 방랑자 의식과 자기동일성 회복에의 간절한 염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존재의 비상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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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나를 찾아가다
저자/출판사 이태수 /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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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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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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