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힘이 센 법이야.”
2천 년 넘어, 한성이 서울에게 전하는 사랑의 흔적
그리고 영원히 살아 있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
가족, 추리, 심령, 범죄. 역사동화 고유의 의미와 독특한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경직되기 쉬운 역사동화를 유연하게 해석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심사평 중에서(동화작가 김남중, 아동문학평론가 김유진)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이현지 작가의 『한성이 서울에게』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비룡소 역사동화상’은 국내 최초 어린이문학상인 황금도깨비상을 시작으로 국내 창작 아동문학의 발전을 도모해 온 비룡소가 과거를 통해 현재의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시각을 전해 줄 참신한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신설한 상이다. 일본에서 퍼져 나간 조선 두부를 소재로 한 『막손이 두부』와 백제 최후 그 한복판에 서 있었던 소년이 등장하는 『백제 최후의 날』에 이어(공동 수상), 2회 대상작으로 선정된 『한성이 서울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물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이야기다. 과거 백제한성이 위치했던, 현재까지도 많은 유물이 발견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서 지형적 영감을 받아, 재개발 지역 오래된 주택에서 살아가는 ‘울이’가 백제 귀신 ‘성이’를 만나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회복하고 유물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심사위원은 대상작으로 선정하며 “공간의 재발견, 연대와 애정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는 가족, 유물을 통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 진정한 가치를 잊어버린 물질주의적인 현대인의 태도 등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지만 낭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합쳐진 큰 흐름”이 놀랍고 “역사동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죽은 오빠의 제사상에 놓인 치킨 위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 백제 귀신 성이. 선하고 바른 청년이었던 오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울이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꼬마 귀신의 존재가 성가시고 귀찮지만 어느새 성이의 이야기에 점차 귀 기울이게 된다. 도굴꾼들이 울이의 집 아래에 묻힌 유물을 탐내는 가운데, 성이는 자신이 깃든 물건이 무사히 발굴되어야만 길잡이를 만나 저승으로 갈 수 있다.
추리와 비밀 그리고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한편, 오빠가 남긴 이야기와 성이가 몸소 보여 주는 희생을 통해 사랑이라는 커다란 메시지에 다가가는 울이의 모습이 아름답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한성이 서울에게』는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스토리텔링으로 지금 우리가 디디고 선 땅 아래에 숨겨져 있을 역사에 대해 무한한 상상을 펼치게 해 줄 것이다.
목차
1. 우리 집 불청객
2. 산 사람은 살아야지
3. 한밤중의 소리
4. 신묘한 재물의 기운
5. 무덤이 된 방
6. 영혼결혼식
7. 똑같은 냄새
8. 가장 소중한 것
9. 마지막 기억
10. 굴식 돌방무덤
11. 백제 귀신 대 돈 귀신
12. 무덤 속으로
13. 성이의 결심
14. 오빠가 남긴 것
15. 사랑의 흔적
작가의 말
저자소개
출판사리뷰
슬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가고 싶은 울이
“나는 오빠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쌩쌩 부는 바람이 될 거야.”
이 년 전, 울이의 오빠는 가족을 떠났다. 나이가 한참 차이 나는 대학생이었던 오빠는 울이게도 한없이 다정했지만 이웃과 환경 문제에도 늘 앞장서서 행동하는, 세상을 비추는 ‘해님’처럼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오빠가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다 세상을 떠나자, 울이는 마치 “우리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이 죽은” 듯한 감정을 느낀다. 오빠를 기리고 칭찬하는 말들 뒤로 이어지는 울이를 향한 기대의 시선. 그러나 울이는 오빠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오빠의 말은 틀렸다. 울이는 오빠와는 전혀 다른, 시즌 2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고자 마음먹는다. 그런데 할머니의 성화에 오빠의 천도제를 지내는 날, 제사상에 올려진 치킨 위로 웬 얼굴이 불쑥 솟아 올라와 냄새를 맡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더군다나 그 모습은 울이의 눈에만 보이는 듯하다.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뭘까?
이천 년 전, 우리 집에 살았던 불청객의 등장
“누나는 무슨. 나보다 이천 년이나 늦게 태어났으면서.”
특기는 집 안의 그릇 던져 부수기, 취미는 화장실에서든 방에서든 울이 몸 통과해 다니기. 엄마 귀고리를 몰래 한 것처럼 터무니없이 큰 금귀고리를 건 여덟 살짜리 백제 귀신 성이. 벌써 두 달째 울이의 집 불청객으로 머무르는 것도 모자라, 그곳이 아직도 자기 집인 양 사람들을 경계하고 사사건건 조상님 행세를 하려 든다. 자신이 깃든 물건이 무사히 발굴되어 박물관으로 가야지만 그곳에 있다는 길잡이를 만나 저승으로 떠날 수 있는 성이는 백제 시대 자신이 알고 있던 물건만 만질 수 있는 데다, 울이의 집 대문 너머로는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지박령 신세이다. 비 오는 날이면 자꾸 집을 찾아오는 듯한 오빠에 이어 성이까지…… 오빠와 정반대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성이는 자꾸만 울이에게 오빠와 닮은 행동을 하길 요구한다. 울이가 깃들었다는 물건은 늘 하고 다니는 그 금귀고리일까? 그리고 그 물건이 무사히 발굴되면, 그러고 나면 성이는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과거와 현재가 무한히 연결되는 땅속의 비밀
그리고 영원히 살아 있는 마음에 대하여
“분명한 건 이 유물들은 단순한 흙덩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건 한성이 서울에게 전해 주는 사랑의 흔적이었다.”
우리가 딛고 선 땅 아래에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을 거쳐 온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 땅속에서도 무사히 발견되고 가치를 인정받은 유물들만이 무사히 박물관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땅과 유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입장은 천차만별이다.
울이의 집 앞 아파트 건설 현장, 한창 아파트가 지어져야 할 곳에서 유물이 발견되자 건설이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몇몇 관계자들이 한밤중 몰래 유물의 흔적을 없애려고 한다. 그 기운을 알아차린 성이와 울이의 기지로 그들의 행각은 발각되지만, 처참하게 깨어지던 항아리 소리를 성이는 웬일인지 쉽게 잊지 못한다. 오빠가 생전에 쓰던 물건을 모두 모아 둔 엄마처럼 그 유물들에도 누군가의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지 모르는데.
엄마가 오빠의 돌반지에서부터 최근 사진까지 모든 물건을 고스란히 모아 둔 오빠의 방. 울이는 오빠의 방이 마치 백제 시대 사람들이 껴묻거리(산 사람이 쓰던 물건)를 함께 묻어 주었다던 돌방무덤이자 박물관 같다고 느낀다. 오빠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족, 그 안에서 오빠가 남긴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울이는 이천 년 전에 너무나도 일찍 죽음을 맞이한 성이를 통해 비로소 사랑이 담긴 물건의 가치와 메시지를 깨달아 간다. 그리고 어른들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울이의 집에 들이닥친 도굴꾼들. 울이와 성이는 욕심에 눈먼 이들에게 유물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땅속 깊은 모험을 감행한다. 그 모험의 끝에 결국 두 아이가 마주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한 순간 우리는 유물의 의미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만나게 될 것이다.